작업실

수무 스튜디오 작업 기록

기간.    2018년 4월부터 5월까지

 

내용.   수무 스튜디오 인테리어 및 식물 작업

2018년 4월 청담동에 작업실을 준비하며 과정들을 기록해야겠다 생각했다. 때마침 할아버지께서 50년대에 사셨던 미놀타 필름 카메라(SR-1)를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기에 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작업실을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제일 안쪽 공간 천장이 유리로 되어있어 직광이 들어와서였다. 식물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작업실은 작업을 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쇼룸이 된다. 가드닝 작업실이니 식물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은 당연했고, 채광량은 식물 선택의 폭을 엄청나게 넓혀주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었지만, 동시에 작업실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주기도 했다. 빛이 많이 들어오는 이 부분이 작업실의 핵심 공간이 되어야 했다. 이를 손님이 직접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할 것인지, 식물을 배치하고 멀리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전자의 직접적인 경험 제공을 하기에는 공간이 여유롭지 않다 생각되어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대신 간접 경험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텅 빈 작업실에 책상과 의자만을 놓고 채광량과 일조시간을 재며 며칠을 구상만을 하며 보냈다.

 
 
 

냉온풍기를 설치하던 날은 작업실 준비하던 중에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다. 건물에서 준비된 실외기 배치 공간은 터무니없이 작았고, 여타의 다른 공간도 없었다. 설치 기사분과 건물 주인과의 중재를 시도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결국 여타의 철제 프레임을 설치된 랙에 고정시켜 면적을 넓히는 방법으로 간신히 설치할 수 있는 폭을 만들었다. 비로소 2시간 만에 작업을 재개하려던 찰나에 설치기사님이 소리를 질렀다. 외부 작업 중에 다쳤나 싶어 쳐다보니 머리를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 왜 비가 아프죠?”

 
 
 
 

우박이었다.

작업이 진행되던 때는 5월 초였다.

한두 개가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꽤나 큰 우박들이 우두두두 떨어지고 있었다. 결국 기사님은 다시 안으로 들어오셨고, 우박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1시간 정도면 끝날 일이 6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끝났다. 작업실 문을 열기도 전부터 거센 폭풍이 오는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작업실의 인테리어에 대한 구상은 공간을 구하기 전에도 자주 했었다. 그때에 꼭 사용해야지 결심했던 것이 아시바와 발판이었다. 이것을 활용해서 책상, 책장, 수납장 등으로 쓰고 싶었다. 공연 일을 하던 때에 무대 제작을 하면 언제나 아시바가 사용되었고, 현재 가드닝 일을 하면서 실내 작업을 할 때에도 이동식 작업대로 아시바가 쓰이고 있다. 때문인지 아시바는 내게 익숙하면서도 추억이 들은 물건이다. 게다가 워낙에 튼튼해 무거운 가드닝 용품 등을 놓을 때에도 걱정이 없고, 가구에 상처라도 날까 하는 걱정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작업실의 인테리어에 대한 구상은 공간을 구하기 전에도 자주 했었다. 그때에 꼭 사용해야지 결심했던 것이 아시바와 발판이었다. 이것을 활용해서 책상, 책장, 수납장 등으로 쓰고 싶었다. 공연 일을 하던 때에 무대 제작을 하면 언제나 아시바가 사용되었고, 현재 가드닝 일을 하면서 실내 작업을 할 때에도 이동식 작업대로 아시바가 쓰이고 있다. 때문인지 아시바는 내게 익숙하면서도 추억이 들은 물건이다. 게다가 워낙에 튼튼해 무거운 가드닝 용품 등을 놓을 때에도 걱정이 없고, 가구에 상처라도 날까 하는 걱정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구상과 현실은 달랐다. 길이가 4미터에 깊이 1미터, 높이 2미터인 이 아시바는 둘이서 조립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인테리어 미관상 후면에 X자 형태로 고정틀을 넣지 않은 데다가, 유동형 클램프를 사용했더니 꽉 조인 상태에서도 상단부분이 흔들렸다. 결국 퀵으로 고정형 클램프를 받은 후에야 조립을 완성할 수 있었다. 완성된 후에는 흔들림 없이 단단히 고정되어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지만, 작업하는 동안에는 이 선택에 후회를 했다. 언제나 새로운 작업에는 시행착오를 겪고 후회를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경험이 된다.

 

 

 
 
 
 
 
 

아시바와 발판으로 책상, 수납장, 작업대를 완성시킨 후에 할 일은 작업실의 중심이 될 바 테이블이었다. 빛이 들어오는 공간을 손님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차 또는 가벼운 술을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식물을 다루는 작업실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형 테라리움을 제작하기로 했다. 테라리움 자체가 바 테이블이 되는 식으로 말이다.

 

인테리어를 진행하기 전에 며칠 동안 체크했던 체광량은 다육식물이나 선인장이 왕성한 성장을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형태를 유지하며 생육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또한 외부 작업이 많아 작업실을 비우는 일이 많은 나에게는 매일 물을 줘야 하는 식물들은 라이프 패턴에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진행하는 실내 작업 중에서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광량이 확보된 공간은 손에 꼽았기에, 선인장으로 완성된 포트폴리오가 적기도 했다. 때문에 작업실 자체가 쇼룸이기도 하니, 작업실을 선인장으로 꾸미는 것은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유리로 된 4m 길이의 수조가 필요했다. 안에 흙과 식물을 채울 것을 생각하면, 압력에 터지지 않을 강도가 필요했고, 아크릴, 유리, 강화유리 등 여러 소재를 생각하며 해당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아크릴 전문가는 쉽게 상처가 나는 아크릴의 특성상 바 테이블로 사용하면 금세 상처가 생겨 투명도가 떨어지며 가시성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보다도 안에 모래를 넣으면 발생하는 정전기 때문에 모래가 아크릴에 달라붙어 깔끔한 작업이 안될 것이라고 했다. 첫 번째 문제보다도 두 번째 지적이 더 큰 우려가 되었다. 결국 여러 의견을 종합한 결과 강화유리로 작업하기로 했다.

 

강화유리 조형과 접착은 처음 접하는 일이라 작업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다. 위에 사진은 접착 용액을 붙인 후에 자외선을 쐬어 굳히는 모습이다. 반장님께서 이거 쳐다보면 시력 나빠진다며 조심하라고 말했는데, 사진을 찍어두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찍어보았다. 사진만 쳐다봐도 시력이 안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훌륭한 결과물을 완성했다.

 

 

바 테이블에서 손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그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음향이었다. 이전에 했던 직업이 공연 디렉터, 음악 잡지 편집장을 했다 보니 음악을 소개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일이었는데, 이번 일을 하면서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디오 장인이라 모시는 분께 장비를 구했고, 이를 놓을 가구를 만들어야 했다. 오디오를 작업실에서 돌출되어 있는 쇼윈도에 놓기로 했고, 그리 크지 않은(사실은 작은) 이 작업실이 오디오를 놓은 후에도 답답해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이에 앞뒤가 뚫린 형태의 가구를 디자인했다. 여기서 어려웠던 것은 오디오 장비들의 무게에 과연 이 가구들이 잘 버틸 수 있을까였다. 아시바로 가구를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뒷면에 고정이 없는 경우에는 내구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께와 길이, 너비 등에 최대한 신경을 많이 써서 디자인을 완성했다.

 

오디오 가구를 완성한 바로 다음 날, 오디오 장인께서 오디오를 가지고 오셨고, 바로 설치를 했다. 진공관 앰프에, 턴테이블, 카세트 덱까지가 내가 바랐던 것들이었다. 턴테이블에 비해 큰 기대가 없었던 카세트 덱 이 너무 예뻐서, 청음 하러 갔던 날 카세트 덱은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오디오까지 설치해놓고 나니 이제서야 뭔가 창작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된 것 같았다.

한참 작업실 준비에 불타오르던 중이었지만, 맥이 끊기게도 여행을 떠났다. 지난해부터 잡혀있던 가족여행이었기에 어찌할 수 없었다. 여행을 하면서도 메신저 등을 통해서 작업을 맡긴 업체들과 연락을 계속하며 스케줄 정리를 했다. 불안했지만 해외에서 여행을 하며 한국의 일정 등을 정리하는 나 스스로가 굉장히 멋져 보였다. 스스로에게 취해갈 즈음 사건은 터졌다.

작업실의 마스코트가 될 하나의 선인장을 찾기 위해 정말 전국의 농장을 전부 수소문하고 방문했다. 그러던 끝에 서울에서 정말 먼 곳의 농장에서 마음에 드는 선인장을 발견했다. 통화를 통해 사진을 받았고, 그 후에 실물을 보기 위해 농장을 방문에 식물을 구매했다. 그 후 가족여행을 떠났고, 해외에서도 농장 사장님과 진행과정에 대해 연락을 하며 스케줄을 확정 지었다. 그 후 친한 화물차 사장님께 시간을 맞췄고, 같은 날에 맞춤 제작한 철제 화분 또한 작업실로 도착하도록 약속을 하였다.

 

한국에 돌아온 바로 다음날 화물차를 타고 같이 농장으로 먼 길을 떠났다. 농장 사장님은 가시에 안 찔리도록 나름의 작업을 해두셨고, 뿌리 정리 작업 또한 깔끔히 해둬주셨다.

 

화물 아저씨는 여러 번 같이 작업을 했기에 아무런 걱정도 없었다. 누구보다도 꼼꼼히 식물이 상처입지 않게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단단히 고정하여 주셨다. 이제 작업실로 가서 배달된 화분에 식물을 심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생겼다. 새벽에 출발하면서 남긴 문자에도 답이 없던 철제 공방 소장님은 올라가는 길에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마치 헤어진 연인에게 매달리는 사람처럼 전화를 계속했다. 거의 서울에 도착할 즈음, 소장님께 문자가 왔다.

 

“죄송합니다. 일이 생겨 화분은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 설명드릴 수는 없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의 기분을 정확히 표현을 못 하겠다. 왜냐하면 굉장히 큰 선인장이다 보니 작업에 필요한 인원이 많이 필요했고, 그에 맞춰 사람을 불렀는데, 허탕을 치게 생겼으니 말이다. 화가 날 대로 난 나는 다시금 소장님께 전화를 했지만, 역시나 받지 않으셨다. 결국 불렀던 사람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일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작업실에 멋지게 자리 잡았어야 할 선인장은 꽁꽁 싸매진 채로 바닥에 며칠 동안 누워있어야만 했다. 이때에 방문한 사람들은 외계인 시체냐고 묻기도 했다. 출근해서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철제 공방 소장님께 화가 몰아쳤지만, 화낸다고 해결될 것도 없었기에 꾹 참고 설치 당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불안했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날 때에는 물을 줍니다.

 

설치 당일.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대형 선인장이 뿌리를 완전히 내리기 전에는 자칫하면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로 지지대를 바닥에서 올라오게 설치한 후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제거할 수 있게 제작을 했다. 하지만 철판을 소장님께서 임의로 얇은 것으로 만들어 온 바람에 지지대가 지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결국 현장에서 절삭과 용접을 진행하여 수정하게 되었다.

 

부족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해주신 것은 고마웠다. 그 덕분에 지지대를 단단히 고정할 수 있었고, 선인장도 식재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선인장은 답답하게 싸여있던 포장지를 벗길 수 있었고, 드디어 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인장 하나만 들어왔을 뿐인데 공간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보니, 다시금 식물이 가지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작업실에 많은 식물을 둘 계획은 없었다. 대신에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힘을 가진 식물을 두려고 하였다. 이에 구상한 그림은 선인장이되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조형미를 갖춘 형태를 원했다. 그러다 보니 구형 선인장이나 기둥형 선인장의 대부분이 제외되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대경이었다. 대경은 녹색보다는 은빛에 가까운 색을 갖고 있었으면서 잎이 빗겨 나다 보니 보다 입체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 대경을 구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 온갖 농장을 수소문했지만, 2m 이상이 되는 대경을 어디에서도 구하지 못했다. 식물을 구하는 데만도 꽤나 긴 시간과 온갖 노력이 필요했다. 고생 끝에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욱 멋진 대경을 구했다. 농장 사장님께서 본인이 농장을 만들고 거의 초창기에 가지고 와서 20년이 넘게 직접 키운 것이라고 했다. 사람도 시간이 주는 경험이 더 멋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식물은 시간이 완성한 매력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오래된 것들은 그 역사가 깃들어 다른 식물과의 차이를 만들고, 공간에 또 다른 힘을 준다.

 

 
 

 

선인장을 세워놓고 나니, 작업실이 완성된 기분이었다. 이제 마지막 작업 하나만을 남겨놓았다.

 

테라리움.

 

이 작업은 영상으로 촬영해두기로 했고, 이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에게 의뢰하였다. 매번 작업을 하러 갈 때마다 기록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가지만, 작업을 하면서 기록을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쁘게 진행되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을 여유는 없었다. 덕분에 마음에 드는 기록물이 많지 않다. 때문에 이번 작업은 확실하게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왜냐하면 분명히 멋진 작업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대신에 현재 작업실 사진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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