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MUJI Logue 2 《오늘을 여미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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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JI Logue 2 《오늘을 여미는 시간》
작업명
MUJI Logue 2 《오늘을 여미는 시간》
위치
서울 종로구
연도
2026
유형
실내 조경 연출

무인양품이 서울 종로 미술관옆집에서 연 〈MUJI Logue 2 – 오늘을 여미는 시간〉 전시에서 수무가 조경을 맡았습니다.

 

 

| 여밈이라는 주제

이번 전시는 ‘여밈’을 주제로 합니다.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흐트러진 것들을 가지런히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시간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무언가가 없습니다. 따뜻한 물의 온기, 타월의 감촉, 은은한 향처럼 늘 곁에 있던 것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하루가 차분하게 정리됩니다. 무엇 하나가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모든 것이 조금씩 함께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 소재가 된 제품들

이번 작업에서 가장 흥미롭게 바라본 것은 무인양품이 이 주제를 풀어낸 방식이었습니다. 브랜드 전시에서는 제품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전시에서 무인양품의 제품은 공간을 구성하는 소재로도 활용되었습니다. 메인홀의 라탄 바구니가 대표적입니다. 판매되는 상품인 동시에 볏짚과 마른 풀을 담아내며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소재가 된 제품들은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디퓨저와 아로마 오일, 베개와 패브릭 제품을 자연스럽게 받쳐줍니다. 이러한 구성이 가능했던 것은 무인양품이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온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브랜드라면 별도의 소품으로 채웠을 자리를, 무인양품은 자신의 제품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의미 있게 느껴진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제품이 주인공이 되는 대신, 스스로 하나의 소재가 되어 전체 공간 안에서 함께 연출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주인공이 될 제품을 받쳐주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하나의 주제로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받쳐주는 제품까지 같은 결로 이어온 브랜드라는 점이 이러한 장면에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 조경의 역할

그래서 저희에게도 이번 작업의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조경이 이 공간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조경을 하는 입장에서는 식물을 조금 더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무인양품의 제품처럼 식재 역시 하나의 소재로서 제품과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여밈’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뒷받침하는 역할에 집중했습니다. 세 공간에는 각기 다른 자연의 장면을 담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식물이 제품보다 앞에 서지 않도록 했습니다.

 

 

숲의 바닥에서 시작된 풍경 — 1층 포이어

1층 포이어의 선반에는 디퓨저와 아로마 오일이 놓입니다. 저희는 제품을 꾸미는 장식보다, 제품이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작은 풍경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숲의 바닥에 이끼와 흙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지는 층에서 착안해 프리저브드 이끼를 바탕으로 바크와 현무암을 더하고, 높이와 질감이 다른 그라스와 초본류를 겹겹이 배치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녹색 풍경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끼의 결, 돌의 거친 표면, 가느다란 잎의 움직임이 각각 다른 표정을 만듭니다. 제품은 풍경 위에 얹힌 장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안에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놓이도록 구성했습니다.

 

 

거두어 모은 것들의 장면 — 1층 메인홀

메인홀에서는 무인양품의 라탄 바구니가 그대로 풍경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바구니 사이사이에 볏짚과 드라이그라스, 다양한 형태의 건조 소재를 높낮이를 달리해 겹쳐 놓았습니다. 가지런한 진열보다는 수확한 것들을 하나씩 모아두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풍경에 가까운 장면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반복되는 바구니의 형태 사이로 마른 풀이 드러나면서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가 더해집니다. 이곳에서 바구니는 제품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소재가 되었고, 식재는 그 둘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낮게 흐르는 풀의 풍경 — 2층 패브릭 공간

2층 패브릭 공간에서는 시선을 조금 낮췄습니다. 디스플레이 된 베개 사이와 바닥 아래로 프리저브드 이끼와 그라스, 초본류를 낮게 펼치고, 부드러운 형태의 백색 인조바위를 더해 낮은 지형을 만들었습니다. 높이가 다른 식물 사이로 비워진 공간이 생기면서 베개와 식재가 따로 떨어져 보이지 않고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잠시 시선을 머물게 하고, 공간의 속도를 조금 늦춰주는 자연이 이 공간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 한 걸음 뒤에서

숲의 바닥을 닮은 작은 지형, 거두어 모은 듯한 건조 소재, 낮게 흐르는 풀의 풍경까지. 세 공간은 서로 다른 모습을 갖지만 모두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무인양품의 제품들이 서로를 받쳐주며 하루를 여미는 장면을 만들듯, 식재 역시 그 곁에서 함께하는 요소로 자리했습니다. 저희는 식물을 공간에 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무엇이 놓이고 무엇이 비워지는지, 사람이 어디에서 머물고 무엇을 바라보는지를 살피며 그 공간이 전하려는 이야기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자연의 자리를 찾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그 자리는 가장 앞이 아니라 한 걸음 뒤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 자리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